퇴근 후 공부가 자꾸 밀릴 때, 강의 진도보다 먼저 바꿀 것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뒤 노트북을 켠다. 신청해 둔 강의에는 아직 보지 못한 영상이 길게 남아 있다. 지난주에는 매일 한 강씩 듣기로 했지만, 야근과 약속이 겹치면서 계획이 밀렸다. 오늘 두 강을 들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부담스럽다.

이럴 때는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하기에 앞서 계획에 무엇을 넣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의를 보는 시간만 계산했는지, 직접 풀어 보는 시간도 포함했는지, 하루를 쉬면 다음 날 분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퇴근 후 공부를 이어가는 데에는 시작하는 방법만큼이나 어디서 멈추고, 다음에 무엇부터 할지 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강의 한 편이 끝나도 오늘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업무에 사용할 스프레드시트 기능을 배우고 있다고 하자. 강사가 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설명이 이해되고, 같은 화면을 따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다음 날 빈 파일을 열면 어떤 메뉴부터 눌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 경우 강의를 봤다는 사실과 혼자 작업할 수 있다는 상태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수강률은 어디까지 시청했는지 알려 주지만, 설명 없이 할 수 있는 작업까지 보여 주지는 않는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끝내고 싶은 행동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자.

  • “스프레드시트 강의 3강 듣기”에서 “예제 표를 보고 조건에 맞는 합계를 직접 구하기”로 바꾼다.
  • “외국어 강의 30분 듣기”에서 “회의 시간을 변경하는 문장 세 개를 보지 않고 말하기”로 바꾼다.
  • “자격시험 교재 한 단원 읽기”에서 “해당 단원 문제를 풀고 틀린 이유를 설명하기”로 바꾼다.

모든 공부를 결과물 하나로 평가할 수는 없다. 처음 접하는 분야의 전체 흐름을 듣거나 읽는 시간도 필요하다. 다만 계속 강의만 보고 있다면, 중간에 혼자 해 보는 구간을 넣어 현재 어디에서 막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30분짜리 강의를 위한 계획에 왜 30분만 잡았을까

다음은 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을 보여 주기 위한 가상 사례다.

직장인 민수 씨는 30분짜리 강의를 평일마다 한 편씩 듣기로 했다. 계획상 공부 시간은 일주일에 150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제 파일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영상을 멈춰 따라 해 보기도 한다. 강의가 끝난 뒤 연습까지 하면 하루 50분 정도가 필요했다.

민수 씨가 세운 계획에는 영상 재생 시간만 들어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다섯 번 공부하려면 실제로는 250분이 필요하다. 공부를 계속 미룬 이유를 확인하려면 이런 차이부터 살펴봐야 한다.

민수 씨는 다음 주 계획을 아래처럼 바꿨다.

  • 화요일 40분: 강의 일부를 보고 해당 예제를 따라 한다.
  • 목요일 40분: 지난 예제를 혼자 해 본 뒤 남은 설명을 듣는다.
  • 토요일 30분: 숫자나 조건을 바꾼 문제를 풀어 본다.

새 계획의 총시간은 110분이다. 강의 다섯 편을 끝내겠다는 목표도 내려놓았다. 대신 한 주가 끝났을 때 어떤 작업을 혼자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이 일정이 모든 사람에게 알맞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 몇 번은 시작과 종료 시각, 실제로 마친 내용을 적어 보자. 계획한 분량에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야 다음 주에 넣을 양을 정할 수 있다.

피곤한 날에는 같은 공부를 억지로 줄이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는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어도, 늦게 퇴근한 날에는 같은 설명을 반복해서 읽게 될 수 있다. 이런 날까지 매번 새 단원을 시작하도록 계획하면, 책상 앞에 앉는 일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공부할 항목을 준비할 때는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일과 이미 배운 것을 확인하는 일을 구분해 두면 선택하기 편하다.

집중할 여유가 있는 날에는 낯선 개념을 배우거나, 여러 단계가 필요한 문제를 풀거나, 실습 결과물을 만든다. 짧게 확인하고 싶은 날에는 지난번 틀린 문제 하나를 다시 풀고, 외국어 표현 몇 개를 말해 보거나, 예제에서 막혔던 부분만 확인한다.

단, 복습이라는 이름으로 노트를 훑어보기만 하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답을 가리고 설명해 보거나, 빈 화면에서 한 번 실행해 보는 식으로 확인할 행동을 정해 두는 편이 분명하다.

너무 늦었거나 쉬어야 하는 날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선택도 가능하다. 매일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한 번 쉬었을 때 계획 전체를 포기하기 쉽다. 하루를 쉬어도 다음 공부가 무엇인지 남아 있도록 만드는 데 신경 써 보자.

책을 덮기 전에 ‘다음 시작점’을 남긴다

며칠 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지난 내용을 찾는 데 시간이 든다. 영상 재생 위치는 남아 있어도 왜 그곳에서 멈췄는지, 어느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공부를 마칠 때 긴 학습 일지를 쓸 필요는 없다. 다음번에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짧은 메모를 남기면 된다.

오늘 한 것: 조건에 맞는 합계를 구하는 예제를 따라 했다.

막힌 것: 조건 범위를 바꾸자 결과가 예상과 달라졌다.

다음 시작: 예제 2번을 혼자 다시 풀고, 막히면 강의 12분 지점을 확인한다.

“복습하기”라고만 적으면 다시 무엇을 복습할지 결정해야 한다. 문제 번호, 파일 이름, 영상 위치처럼 바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붙여 두자.

외국어 공부라면 “지난 표현 복습”보다 “회의 일정 변경 문장 세 개를 먼저 말한 뒤 녹음과 비교하기”가 시작하기 쉽다. 자격시험 공부라면 “오답 정리”보다 “42쪽 3번을 해설 없이 풀기”가 구체적이다.

수요일에 못 한 공부를 목요일에 모두 얹지 않는다

매일 공부하는 계획에서 하루를 놓치면 다음 날 분량을 두 배로 늘리곤 한다. 다음 날도 늦게 퇴근하면 밀린 분량은 세 배가 된다. 일정표는 그대로인데 실제 생활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부를 못 한 날이 생기면 먼저 무엇을 미룰지 정해야 한다. 지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새 강의를 뒤로 보내고 연습을 먼저 할 수 있다. 연습은 충분히 했지만 추가 예제를 못 풀었다면, 그 예제를 반드시 다음 날에 모두 넣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밀린 시간을 전부 갚으려고 하기보다, 다음 내용을 배우기 전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시험 날짜처럼 움직일 수 없는 기한이 있다면 분량을 무조건 줄일 수는 없다. 이때는 남은 범위와 확보 가능한 시간을 다시 비교해야 한다. 공식 시험 범위 안에서 부족한 영역을 먼저 배치하거나, 다른 일정을 조정하거나, 응시 시점을 재검토하는 식의 판단이 필요하다. 매일 계획만 더 빽빽하게 만드는 것으로 해결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새 강의를 찾기 전에 지금 막힌 이유부터 적어 본다

진도가 멈추면 더 짧은 강의나 설명이 쉬운 교재를 찾고 싶어진다. 자료를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무엇 때문에 막혔는지 먼저 구분하면 같은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설명에 나오는 기본 용어가 낯설다면 필요한 기초 내용을 먼저 확인한다. 설명은 이해되지만 혼자 풀 수 없다면 새 강의를 추가하기 전에 같은 유형의 쉬운 연습을 해 본다. 공부한 내용을 어디에 쓸지 모르겠다면 이번에 만들거나 해 보고 싶은 결과를 하나 정한다.

예를 들어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스프레드시트를 공부한다”는 목표는 범위가 넓다. “가상의 지출 자료를 항목별로 정리한 표를 혼자 만든다”로 좁히면 필요한 기능과 연습 범위를 정하기 쉽다. 실습에는 직접 만든 가상 자료나 사용이 허용된 예제 자료를 활용하면 된다.

다음 공부 시간에는 강의를 어디까지 볼지 정하기 전에, 설명을 덮고 무엇을 해 볼지 하나만 적어 보자. 끝나고 나서는 성공한 부분과 막힌 부분, 다음에 시작할 위치를 남긴다. 그러면 다음번 책상에 앉았을 때 밀린 강의 목록 대신 이어서 할 일이 먼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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